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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인간실격

by funkybrad 2024.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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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

인간실격

 

"근데 생각해보니까 꼭 뭐가 되고 싶었던게 아니라...뭐라도 되고 싶었었나봐요...근데...잘 안됐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은데요?"

"기다리고 싶어요...사는게 너무 챙피해서 다 끝내고 싶었는데...지금은 그냥 기다리고 싶어요. 다 지나갈때까지...그게 뭔지 알 수 없지만..."

흔히 배우들이 캐릭터를 소화한다고 하는데, 이것은 연기가 아니라 정말 실제 인물들이 이 사람들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의 연기력...

심지어 아이돌 출신의 손나은님도 연기가 괜찮았음...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요? 하죠 가끔, 선택하면 안되는 일을 선택해서 해야 하거나...

내리기 싫은 마차에서 억지로 내려야 할 때...

그러다가 다시 또 다른 마차에 올라타는거에요.

돈도 벌고 싶고, 다른 할일도 없고, 외로우니까...

그렇다고 이제와서 출근하고 등교하는 인생에 낄 수 없으니까...

"왜요? 아직 젊은데? 왜 그렇게 생각해요?"

"왜냐면, 지고 싶지 않으니까요. 잘 모르는 사람들하고 경쟁하고 싶지 않아요. 싸우고 싶지도 않고, 질게 뻔하니까요... 비겁하죠? 아직 젊은데... 이런 사람하고, 나같은 사람하고도 친구할 수 있어요? 손님말고?"

내 기준으로는 어마어마한 명작인데...마치 작가가 카톡 프로필 사진에 사용된 파도 높이, 딱 그 만큼의 감정만큼만 흔들리라고 감정의 진폭을 컨트롤하는 것 같은...주인공들도 대단하지만 박인환 배우님의 연기는 이건 뭐...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

 

"이 서울이라는 곳이 살아보니까 사부인...

잠깐 살았지만...

서울이라는 곳이 욕심이 나는 곳이에요.

고향에 있을 때는 아침 9시만 되면, 우리 부정이가 지금 출근하겠구나...

저녁 먹을 즈음에는... 이제 퇴근해서 집에 가겠구나...

고생을 많이 했을텐데...

그래도...

건강하다고 했으니까 다툼없이 잘 지내겠지 하고...

그런 생각 하는 정도였어요...

근데 막상 서울에 올라오고 보니까...

좀 더 일찍 올라왔으믄 어땠을까?

나도 우리 사부인처럼 자식들한테 이것저것 물려주고 보태주고 그랬으면 좋았을텐데...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었을까?

내가 지금 사는 방요?

부정이가 나 올라오기 전에 월세 받고 은행 대출금 이자내던 방이에요...

서울 올라온지 2달 되었나?...

병원 다니는 것 밖에 다른 할일도 없었는데, 동네 복덕방 앞을 지나가다 보니까 그 방이 월세 60만원인거에요...

깜짝 놀랬어요... ...

눈 앞이 캄캄...하고...

그날 부터는 하루 자고 일어나면 이게 2만원이다... 그 생각이 드니까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어서 그 반에 반이라도 벌어보자고 나섰는데...

그게 쉽지가 않네요...

그냥 다 욕심이지...

어후..."

"어떻하죠 아버지

저는 여전히...아직도...하루에도 몇 번씩

돈이란 무엇일까 하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세상에서 저를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제게 가장 많은 돈을 쓴 사람일거란 오래된 생각을 습관처럼, 또 하게 됩니다.

그런데 가끔...

그러다가 아주 가끔은...그럼 사랑이란 뭘까?하는...

살면서 단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 그런 생각속으로 깊게 빠져들어버리고 맙니다.

누군가 나를 사랑하는게 아닌...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

내 안에 그사람의 공간이 생겨나고, 자라나고,

그러다가 결국 온통 한 사람으로 가득차버리는 나른한 고통에 대해서...

애써 혼자가 되려고 해도, 끝내 혼자가 될 수 없는...달콤한 근심에 대해서...

나는 그사람을 위해서 무엇을 해줄수 있을까요?

그사람에게 무엇이 될 수 있을까요?

어쩌면...아무것도 되지 않는것이, 끝내 무엇이 되지 못한다해도,

지금의 나에게 솔직한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사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하는 아버지

아마도 나는 언젠가 마흔이 넘으면, 서울이 아닌 어느 곳에 작은 내 집이 있고, 빨래를 널어 말릴 마당이나, 그게 아니면 작은 서재가 있고, 아이는 하나? 아니면 둘? 그리고 운이 좋으면 내 이름의 책이 있는 그런 사람이 되있을거라고, 그게 실패하지 않는 삶이라고...그게 아버지를 행복하게 하는 길이라고...

그냥...그렇게 믿고 있었던 것 같아요.

어디서부터 잘못됐던 걸까요?

어디서부터...다시 시작해야하는 걸까요?

아버지 나는...이제 죽음이 뭔지, 산다는건 또 어떤건지...조금은 알 것 같은...그런 기분이 들어요.

결국, 죽는 일도 사는 일의 일부라는걸 그땐 왜 알지 못했을까요?

아버지가 없는 세상에서 하루도 살아본적이 없는 내가 어떻게 남은 날들을 살아가야 좋을지...알 순 없지만,

아버지

나는 이제야 아버지가 제게 세상에 태어나 무엇이 되는 것보다 무엇을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내내 눈으로, 몸으로, 삶으로 얘기해왔었다는 걸 아주 조금씩, 천천히, 깨달아가고 있어요.

사랑하는 아버지...부디 편히 쉬세요."

드라마 1화부터 마지막까지 음악이 너무나 완벽해서 찾아보니 '조성우 음악감독'님, 8월의 크리스마스, 천문, 만추, M, 마음이, 파송송 계란탁, 꽃피는 봄이 오면, 슈퍼스타 감사용, 인어 공주, 봄날은 간다, 약속 등 정말 어마어마한 작품들을 많이 하신...

오랜만에 정말 대단한 작품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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